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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누군지 모릅니다
그래서 꼭 알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나는
더욱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나는 나를 향해 달립니다
필사적으로 뛰어갑니다
내가 나보다 빠른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질주합니다
그러나 나는 하염없이 멀어져 가기만 합니다
하지만 알 것도 같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그윽한
기운을 맛보며 홀로 고요한 곳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길 때, 아니 생각을 떨칠 때,
나는 나를 알 듯합니다
해맑은 아침 햇살에 빛나는 산사의 숲길을 걸으며
인연이 닿은 중생과 마음으로 이야기할 때
나는 내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손에 잡힐 듯 마주칠 듯할 뿐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믿습니다
산길을 거닐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름 모를 들꽃에서
나를 볼 것임을
퇴근 시간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 전동차에
오르는 어느 회사원의 눈망울 속에서
나를 만날 것을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말없이 말을 거는
흰 바위에서 나의 모습을 알아차릴 것을
나는 어디에 있는가요
여기에 있고 저기에도 있고
이곳에 없고 저곳에도 없습니다
나는 내가 아닙니다
나는 우리입니다
- 유필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중에서
[함께 듣는 음악] The Beatitudes - Kronos Quartet
[이미지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diacimages/5475648506 by DIBP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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