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和 스님(鶴)
"동사섭 회보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동사섭 회보 창간호 발간을 앞두고 원고 청탁이 와서 동사섭과 나와의 관계 역사를 되돌아 보며, 1981년 겨울 첫 회 동사섭 법회를 강진 무위사에서 참석한 이후 약 23년 동안 2백 여 회 수련회를 가지고 동사섭 문화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 내게 정녕 유익한 점들이 무엇이었나 하고 정리해 보았다.
마음공부에 발을 들여놓고 일생을 보내기로 하고는 입산출가하여 전문수행자가 된 나로서, 그 어떤 일이든 마음공부와 연관된 일을 만들고 또한 어떤 일이든 마음공부 차원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기에, 동사섭 문화속에서도 내 마음공부와 관련된 수확들을 더듬어본다.
<동사섭 문화에서 얻은 것들>
1. 마음공부인으로서, 마음의 지고(至高)함을 추구해 가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에 대한 개념과 마음의 구조(Mind Map) 정리가 명확해졌다. 그 정리가 부처님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인가해 주실 지 정녕 알 수 없는 일이나 그 어느 절대자가 인가해 주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상관없을 만큼 아무 갈등과 방황없이 자신감 있게 스스로 점두[自燈明]되어지는 속살림이다.
2. 마음공부인으로서, 마음에 관심 기울이는 시간이 보다 많아지고 나아가서는 오직 마음에만 면밀히 깨어있도록 하는 훈련을 받아왔다. 덕분에 자신의 마음의 흐름에 상당히 밝게 깨어있게 되었고, 잠자는 시간 빼놓고는 자신의 마음을 놓쳐본 적이 없게 되었다. 물론 꿈속에서도 깨어있을 때가 많다.
3. 마음공부인이라면 마음을 다스려간다는 것인데, 그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론을 몇 개 확실하게 터득하게 되었다. 주(主)바라밀과 조(助)바라밀과 세(細)바라밀로 나누어서, 간결하고 선명한 공부 방편이 정립되어 있으므로 때와 상황에 따라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가면 되는 안정권에 있게 되었다. 동사섭 문화와의 인연 이후 공부 방법론의 방랑(放浪)을 해 본 적이 없다.
4. 마음공부인으로서 또 중요한 주제 하나는, 마음공부가 잘 되고 있느냐 하는 척도를 무엇으로 둘 것인가일 것이다. 동사섭 문화 속에서는 공부가 익어져 가는 척도가 분명하다. 그리하여 자신이 얼마나 공부해 왔는가에 대한 점검이 그때그때 확연하므로 애매한 과정에 있지 않게 된다. 경계에 대한 아주 작은 걸림조차도 자신의 에고(Ego)점검으로 돌리는 회광반조(廻光反照)의 인격이 길들여지게 되었다. 공부 과정 중에는 더러 경계를 탓하게 되는 습관에서 못 벗어나서 투사도 불만도 하게 되기도 하였지만, 그러나 마음의 구조에 대한 명징한 이해 체계를 갖게 되면 결국 무엇을 탓하며 마음을 다스려가야 하는가가 명확해진다. 그 길은 자신의 에고 체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자신의 공부 정도가 스스로 점검되므로, 자랑스러움도 부끄러움도 자신의 몫임이 확고해진다. 마음공부의 성숙도는 마음의 평화로움과 자비로움과 자재로움이 그 중대한 척도가 될 것임을, 그 정도에 있어서도 18급에서 9단까지의 위차가 있음을 동사섭에서는 거듭 강조 하게 되므로, 자신의 공부 정도를 자가진단하며 겸손하게 활발하게 정진해 갈 수 있게 되었다.
5. 이러한 마음공부의 회향처가 어디일 것인가 하는 것을, 대원(大願)이라는 이름 아래 이 세상 모두의 행복을 위하는 것으로 두고 있음을 배우면서, 가장 극대화된 이타심의 인격을 조탁해오게 되었다. 물론 마음공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만 잘 다스리면 절로 세상에 양장력을 선사하는 보시가 될 일이지만, 이 세상 모두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수심해 간다는 정신은 나에게 보다 큰 자비의 마음을 훈숙시켜가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만 가지 행의 근본이 되는 마음을 갈고 닦아 지고한 인격을 지향해 가며,
하염없는 관심으로 마음을 향하며,
마음의 개념과 구조를 분명히 깨달아 지니고,
마음다스리는 방법론 몇 가지를 확고히 하며,
마음공부의 분명한 척도로 과정과정을 면밀히 살펴가며,
이 모든 노력 정진의 회향을 이 세상 모두의 행복을 위해 돌리는 정신으로 살아가게 되었으니,
마음공부인의 한 사람으로 나는 든든한 재산을 지닌 셈이며,
동사섭에서 익힌 대로 따라 해 본즉 의심되는 바 없이
공부도 익어져 왔으니 전문 마음공부인으로서도 떳떳한 20여 년이 되었으며,
이 정신과 방법과 나름의 인격의 향기를
세상 사람들에게 더러 나누며 보낸 20여년의 세월 또한 한 좋은 보시가 되었을 것인즉, 동사섭과의 인연됨을 감사해 하지 않을 수 없다.
20여 년 전만 해도, 종교계에서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도 교육 프로그램 문화가 아직 이해되고 수용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 때 즈음에, 화두 문화가 왕좌 역할을 하고 있어 불교계 내에서도 화두 외의 공부 방편은 소외권에 있는 한국 조계종 풍토 속의 승려로서, 그것도 비구니 스님으로서 신문화의 하나인 동사섭 프로그램에 발을 딛고 몸을 던져 종사해 오기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불교계의 아주 가까운 인연들과도 아픈 교류도 겪으면서, 더러는 소외의 손가락질도 받으면서, 더러더러 눈물바람을 하면서도 이곳에 버티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동사섭 문화가 지니고 있는 마음공부 방편으로서의 확실한 명분을 볼 수 있는 나의 지혜로움 덕분이요, 아무리 지혜로움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대세의 흐름을 역류해 낼 수 있는 내공의 배짱이 약하다면 흔들리기 쉬울 수도 있을 것인즉, 나의 배짱의 덕도 본 셈이다.
그 무엇보다도 용타큰스님(거울님)께 대한 신뢰와 존경과 사랑이 나의 지혜로움과 베짱의 백그라운드가 되어 주셨으리라 믿고, 용타큰스님께도 무한한 감사 올린다.
동사섭 문화 속에서 보낸 세월 20여 년이 자랑스럽고 보람된 이력이 되어 있다는 것을, 내가 어느 곳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져 있더라도 내 마음의 정처가 분명함을 보고 알 수가 있다. 그동안 동사섭 문화 안내 역할로 많은 봉사도 해 왔겠거니, 또 많은 역할자들도 배출되어 있는 현실이니, 남은 세월 방하(放下)하고 내실을 기함에 더욱 매진해 보리라 마음먹는 것도 또한 동사섭의 막바지 과제(옴나 인격)에 충실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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