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편지

NO1작성일 : 2015-11-06 오후 08:58
제목
열정적으로 살 수 있으리라는 믿음
작성자
관리자
파일
 제 143호 .
 
top_photo_no143

수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배움과 깨달음의 과정이었지만 이 중에서도 특히 나지사 명상, 사물 명상, 사람 명상, 죽음 명상, 지족 명상, 비아 명상 등 명상에 대한 설명과 실습과정이 감동적이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나지사 명상에서 ‘~구나’, ‘~겠지’, ‘~감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실습할 때, 어릴 적 밥 먹으며 어머니께 혼나던 모습을 떠올리며 ‘어머니가 큰 소리를 치시는구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만하기 다행이다, 참 감사하다’라는 식으로 생각하여 정리하니 어머님에 대한 원망감이 스르르 녹으며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아주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사물(주전자) 명상에서 아!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사물을 보고, 사물에게 감사할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웠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눈, 새로운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사람 명상에서 거울님의 3배 시연을 보면서 가슴 떨리고 숨이 막히는 듯했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철학을 가르치면서도 인간존재가 존귀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이렇게 가슴 깊게 느낀 적은 처음이었고, 나 자신에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수행 초반에 들은 ‘안다 병’, ‘다 안다 병’에 대한 지적이 새삼 되새겨졌다. 아하! 역시 깨닫고 실천하고 몸에 배어 나 자신의 습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죽음 명상을 시작하니 눈물이 어른거리며 우선 처, 아들 생각을 하며 제대로 따뜻하게 사랑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진짜 걸림은 아니었고 나 자신의 이제까지의 삶에 대한 아쉬움, 미련이 계속 남아 눈물이 흘러내리고 ‘참회’도 되었다. 마침내 미성(未成: 아직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나 죽기에는 아직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죽음 명상을 통해 과거의 삶에 대한 반성과 남은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지족(知足) 명상을 통해 그 동안 나의 기존(旣存), 기성(旣成)에 대해 너무 낮은 평가를 했음을 느끼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동사섭 수련회의 절정은 5일째 밤 ‘맑은 물 붓기’였다. 잉크로 오염된 물 정화 과정에 대한 거울님의 시연은 재미있고도 감동적이었다. 나는 2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을 위해 맑은 물 붓기 즉 ‘위령제’에 참여했다. 어머님을 애도하고 또 용서를 빌고, 극락에서 편히 사시라고 맑은 물을 부어드리면서 많이 울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어머님의 부끄러운 죽음 과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며 울고 나니 아주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수행과정에서 배운 저질러라, 행동명상(단행정화의 원리), 나지사 명상 등의 효과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사섭 전 과정이 맑은 물 붓기’이며 ‘맑은 물 붓기’야말로 세상을 살리는 일’이라는 말씀이 가슴 깊이 다가왔다.

마지막 날, 새벽에 잠이 깨어 여러 가지 생각이 나면서 가족, 주위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생각, 뜨거운 충만감, 행복감이 이어졌다. 밖에 나와보니 마치 어제 밤의 맑은 물이 밤새 하얀 눈으로 바뀌어 행복마을을 평화롭게 감싸 안고 있는 듯했다.

이번 수행을 통해 나 자신이 맑은 물이 되고자 했는데, 그 동안 바쁘고 경쟁적인 삶에 지쳐가며 점차 오염되어 왔음을 깨달았다. 이제 다시 맑은 물 붓기를 통해 나 자신을 회복하여 좀 더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남은 삶(未成), 거울님께서 『마음 알기 다루기 나누기』란 책에 써 주신 ‘지족 돈망(知足 頓忘)’을 생각하며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불꽃(느낌)’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살아야겠다고 나에게 다짐해본다.      

- 김재현 ː 경남대 철학과 교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콘스탄츠대학 방문교수, 동경외국어대학 조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사회철학의 수용과 전개』, 공저로 『현대철학의 흐름』, 『하버마스의 사상』 등이 있다.  -

 -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