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만 살면 딱 되겠구먼!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넌지시 던져보는 질문 하나가 있다. “살아오신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자녀들에게 혹은 세상의 후학들에게 ‘내가 살아보니 인생이란 이런 것이더구나. 너희도 이렇게 살아보면 어떻겠니?’ 하고 권유할만한 선명한 인생관 및 가치관이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이다. 스스로에게도 묻고, 음미해볼수록 맛이 우러나오는 화두이다. 지난 2월 말 진안 만덕산 원불교 훈련원에서 안내하는 효소단식을 하면서 만난 한 교무님 부친의 삶에서 읽어지는 답변 하나는, 참으로 아름답고도 서늘한 감명을 주었다.
H교무님의 어르신께서는 작고하신 지 3년이 되었고, 가시던 해 연세는 75세셨다 한다. 30세에 결혼을 하시어 슬하에는 4녀1남이 있으며 이 교무님은 넷째 따님으로서 손아래 남동생이 한 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따님이 네 분이나 되시니 한 분 정도는 출가수행자가 되셨어도 부모님께서 그다지 만류하시진 않았겠어요, 그죠?” 유난히 성격이 환하고 발랄하신 그 교무님의 대답, “그렇게 생각하기 쉽겠지요? 그 반대입니다. 부모님이 사정사정하셔서 교무가 되어드렸지요. 위의 언니들에게 내내 출가 교무 되라고 사정하셨는데 아무도 안 따르니 나라도 되어드리자 하고 출가를 하였습니다. 하하하!!!” H교무님으로부터 들은 상세한 출가 배경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어르신께서는 30세에 원불교 교도인 부인을 맞이하셨단다. 부인께서는 시집오시면서 원불교 교전을 한 권 가지고 와 책상 위에 두고 틈틈이 읽으셨다 한다. 부부는 정읍의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분들로서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겨울 내내 한가한 시간이 되셨다 한다. 결혼한 그 해 겨울 농한기 때에,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원불교 교전을 어르신께서는 한번 읽으시고 이어 3독을 하신 후 하신 말씀이 “이렇게만 살면 딱 되겠구먼!”이셨다 한다. 그러고 난 다음 바로 부인이 다니는 교당엘 함께 나가셔서 원불교 교도가 되신 이래로 어르신께서는 40여 년 동안 단 한번도 일요법회에 빠진 적이 없으셨다고 한다. 자녀들의 결혼 일정도 일요일은 피해서, 집안의 모든 행사 일정도 일요일은 잡지 않도록 당부하셨다 한다. 마치 출가 수행자처럼 매일 새벽기도 정진을 빠뜨리지 아니하셨고, 아무리 농사일로 바쁘셔도 일요일만큼은 목욕재계하시고 법회에 참석하셨다 한다. 자녀들에게도 어린 나이 때부터 원불교 교리를 읽어주시고 자상하게 설명해 주셨으며, 또한 그 실천적 본을 보이시면서 삶의 방향 제시와 구체적 지침을 안내해 주시면서 은근하게 원불교 전문수행자가 되기를 권하셨다 한다. 당신이 결혼 전에 원불교 교전을 읽었더라면 아마 교무가 되셨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단다. 그래서 H교무님께서도 중•고교 때부터 학생회에 참석하여 교리 공부를 하였고, 교무님들과 친근히 지내며 지도를 받다보니 자연스러이 출가수행자가 되셨다 한다. 부모님께서, 특히 아버님께서 막내따님의 출가를 어찌나 기뻐하시고 감사해 하는지 아버님 때문에라도 더욱 정진을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한다. 또한 어르신께서는 일흔 넘은 연세에 컴퓨터를 익히셔서 워드로 일기를 써 두셨는데, 그 내용들이 알알이 빛나는 교훈이시며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녀들에게 큰 유산이 되었다고 한다. 부친에 대하여 자녀들은 한결같이, 그림자도 따르기 어려운 어른으로 존경하고 흠모한다고 전한다. 그 분께서 어떻게 살다가 가셨는지 정녕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원불교 교전의 어떤 내용이 그 분을 그토록 매료시켰는지 속 시원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만 살면 딱 되겠구먼!”하시고는 40여 년 동안 일요법회를 단 한번도 거르지 않으심을 본다면, 자녀들에게 농부가 된 성자처럼 존경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가셨다면, 가히 뭐라고 입 열기가 조심스럽고 고개만 끄덕끄덕 해진다.
우리 인생에 필요한 것들이 하염없이 많을 수 있겠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건강한 가치관 정립일 것이다. “이렇게 살면 딱 된단다. 이렇게만 산다면........” 라고 말할 수 있는 <이렇게> 말이다. H교무님의 부친께서는 원불교 교전을 읽으시고 가치 있게 여겨지는 <삶의 지침>을 정립하셨을 것이고, 그것대로 오롯이 한 생 살아가신 듯하다. 그 분의 삶을 그려보면서, 호리의 의심도 없이 지고한 가치로 여겨져 스스로 제 머리를 깎고 선택한 중노릇 30년을 과연 어떻게 보냈는가를 냉철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날이었다. 매우 유익한 가치관 교육으로 알려져 있는 동사섭, 정체•대원•수심•화합•작선의 5대 덕성을 행복한 삶의 원리로 안내하며 본을 보여야 하는 동사섭 문화의 역군으로서의 29년 세월을 돌아보는 숙연한 성찰의 순간이었다. 자신의 삶을 더욱 살피며 다지게 하는 이런 기회들이 늘 감사하다.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어떻게 살아가면 되겠냐고 물어온다면, 내 안에 <이렇게>의 체계가 확연히 있는 것이 한 재산이다. 불교인으로서, 동사섭인으로서의 나는, 남은 생을 아마 꼭 그렇게 살다가 갈 것이다. 내 안에 있는, 아주 평온하게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이렇게>로...........!
동사섭 문화에서 안내하는 <이렇게>는 5대 원리이다. 아, 이렇게 살아가면 되겠구나 하고 고개 끄덕여지게 하는 가치관 체계로서 매우 수준 있는, 어쩌면 지고한 가치가 될 수도 있는 삶의 모형이다. 안전한 삶, 행복한 삶, 질 높은 삶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론 하나로 권장할 만하다. 교무님 형제들이 아버님을 떠올리면 기억되는 모습처럼, 내일 내가 오늘의 나를 떠올릴 때에 5대 덕성이 훈훈하게 그려지도록 살아봐야겠다. 그렇게..........!!!
2009년 3월 마지막 날
명상의 집 : 대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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