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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1 오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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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작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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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승리승리란, 다퉈서 이김을 말한다. 다툼이란,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든 갈등상황으로 정의 내려 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인생에는 억만 가지 종류의 다툼이 있을 수 있다. 그 숱한 다툼에서의 승리 가운데 참으로 값진 승리 하나로는 자신을 이겨내는 일일 것이다.

자신을 이김이란 갖추어 표현하면, 자신의 욕심을 잘 다스려 스스로 평화로워짐을 말한다. 갈등의 종류에 따라 평화로움의 깊이도 달라질 것은 자명한 일, 모든 수행의 궁극목표(窮極目標)는 결국 자신의 욕심과의 다툼에서 완전한 승리를 추구(追求)함일 것이요, 그 결과로 우리는 완전한 자유, 완전한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모든 생명의 내적 고통의 근본원인이 욕심(慾心)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아는 바요, 외적 갈등의 근본원인 또한 이기심(利己心)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자신을 이기는 일이, 자신의 욕심을 잘 다스리는 일이, 자신의 행복해탈 뿐만이 아니라 세상평화를 일구는 핵심테마라는 것은 세상의 상식이 되어 있다.

자신을 이기는, 이겨내는 첫 걸음은 자신의 존재 근원부터 살펴보는 일이다. 존재의 바탕을 살펴본 즉 욕심의 근원인 나[我]의 실체(實體)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 앎의 깊이를 더해 명징(明澄)한 깨달음으로 무장하여, 더 이상 ‘나’를 실유(實有), 실체(實體)로 섬기지 않도록 하는 습관을 일상(日常) 가운데서 섬세하게 조탁해 가야할 것이다. 욕심이라는 것이, 존재의 실체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어리석음에서 온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서는 욕심의 뿌리를 캐어내지 못한다 함이 성현들의 한결같은 안내 말씀이다. 깨달음이란 어리석음의 전복(顚覆), 전환(轉換)이다.

아(我)의 비실체성(非實體性)에 대한 깨달음을 탄탄히 하지 않으면, 실아(實我)로 섬겨오던 습관의 뿌리가 깊고도 깊어 일상 가운데서의 수많은 잘잘한 도전(挑戰)에 적당한 타협으로 욕심의 습관을 이어가기 쉽다. 또한 깨달음이 아무리 단단히 왔다 하여도, 그때그때 정교하고 확실한 행동주의적 정진으로 깨어 있지 아니하면 여습(餘習)에 정복당하기 일쑤이다. 오(悟)와 수(修)의 밀도(密度) 높은 조화로움은 가히 인간의 최고 예술이라 할 만큼 아름답고, 진정 거룩한 성업(聖業)이라 할 만큼 경건하다. 경인년 한 해를, 보다 철저히 깨어 있으면서 정녕 내가 무엇을 섬겨야 할 것인지, 어떻게 존재해야 할 것인지를 뭇 성자들의 자비롭고 자상한 안내에 큰 오차 없는 날들로 엮어가 보기로 결심하고 또 결심하였다. 오수(悟修)의 순도와 밀도를 최대화시켜 갈 일을..............................

역설한 바와 같이 자신을 이기는 삶의 여정에서의 핵심 과제는 오(悟)와 수(修)이다.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는 닦음이다. 근본적 깨달음의 내용 하나는 ‘나’의 비실체성[非我, 無我, 空]이겠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히 깨달아야할 지혜들이 수없이 많다. 그 욕심의 타당성 내지는 그 욕심의 결과에 대한 정직한 고찰을 통하여 보다 유익한 삶, 행복한 삶으로 안내하는 흐름을 따를 일이다. 어쩌면 이러한 상식적 깨달음이 우리 일상에서는 더 피부에 와 닿는 요청일 수 있다.

시시콜콜한 듯 보이는, 생활 속의 잘잘한 욕심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의 결과에 대하여 정직하게 통찰해보면 매우 흥미롭고 유익할 것이다. 기상 알람을 필요한 시간에 맞추어 놓고서도 정작 벨이 울리면 5분이라도 더 자고 싶다. 이때 <그 싶음>과의 다툼에서 이겨낼 때, 그날 하루는 승자(勝者)로 시작하는 신나는 날이 될 것이다. 하나의 도전이다. <극기의 응전>과 <싶음과의 타협>은 나의 선택이다. 세안 후 곧잘, 세면장 입구에 마련된 세탁물 바구니에 넣어지지 않고 휙 내처져 있는 수건과 양말 등으로 많은 가정에서 주부와 가족들이 작은 전쟁을 치르곤 한다. 편안하고 싶은 욕심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이기적 습관이다. 이때, 수건을 집어 바구니로 옮겨볼 때, 심신이 살짝 가지런해지는듯한 소박한 기쁨을 느낄 것이다. 승자의 기쁨이다. 하나의 시험이다. 통과 여부는 나의 선택이다. 자동적으로 손이 가는 담배 한 개비, 심호흡과 아울러 커피 한 잔으로 대체하며 견뎌내 볼 때, 당장은 상쾌한 기분이 못 될지라도 자신을 이겨냈다는 승리감과 유익함은 쌓이게 된다. 이미 배가 찼음에도 몇 술 더 먹고 싶음을 다독이며 가만히 수저를 내려놓을 때, 추운 겨울날 마려운 용변을 참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자신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일어서서 시원스레 용변을 마쳤을 때, 아주 작은 승리감들이지만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

추월해 가는 앞차를 더 잽싸게 앞질러 가고 싶은 호승심(好勝心), 전철 속에서의 양보되지 않는 자리다툼,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사람의 시선을 피하여 무겁게 내리 감은 눈, 거리의 쓰레기를 그냥 지나치게 되는 무디어진 민심, 대중목욕탕의 열려있는 수도꼭지에서 연신 새어 나오는 양심, 반듯하고 크게 보이는 떡 조각을 내가 집어 먹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 이러한 이기심들을 가만가만 이겨내 볼 때 아주 작은 승리감을 맛볼 것이지만 그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

일상에서의 작은 승리들의 축적은 커다란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두텁게 해 갈 것이요, 주변의 신뢰를 더욱 얻어갈 것이요, 보다 훈훈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 분명타. 어쩌면, 어쩌면 말이다. 자신의 삶이 무엇인가 얽히고 막혀서 추진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느껴질 때에, 커다란 실수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렇게 자신과의 자그마한 다툼들에서 이겨내지 못해 왔던 자신에 대한 불신감(不信感)의 에너지가 자신의 운명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 조심스럽게 해 본다. 또한, 큰 도(道)의 분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생활 속의 미미한 습관들 속에 배어 있을 수 있는 질긴 욕심, 끈질긴 이기심들을 면밀하게 보지 않으면, 그러한 것들을 확연히 다루어내지 못한다면, 통연(洞然)한 자유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수행 세월 삼십 년이 넘어도, 아직도 나에게 도전해 오는 시험들이, 나의 잔습(殘習)들이 더러더러 눈에 띈다. 여유로움을 빙자한 게으름, 게으름의 모습으로 오는 욕심, 둔감함에서 더듬어지는 이기심, 관대함으로 포장된 비겁함, 초월을 노래함 속에 허용되고 있는 무성의(無誠意), 자선(慈善) 속의 교만심, 옳음의 자부심 속의 자만심, 늘 분명한 명분을 찾는 성정(性情)에서 읽어지는 이기심과 비정함 등등. 그러나 이제는 자신의 숨은 마음을 감추지는 못할 만큼은 민감(敏感)한지라, 다행하고도 다행하다. 또한 살아오면서 쌓아 온 작은 승리들의 기억들이 얼마나 든든한 내공이 되며 스스로 신뢰가 되는 재산인지! 그 내공, 그 재산은, 내가 섬겨야 할 제1 깨달음을 더욱 확연히 하게 한다. 나와 세상을 놓아감에 여한이 없게 한다. 작은 것들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고개 끄덕이게 한다.

며칠을 혹한(酷寒)으로 온 천지를 휘감더니, 다시 며칠은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훈훈하다. 멀지 않은 곳에 봄이 와 있는 듯 기대감으로 가볍게 설렌다. 봄이 오면, 올 봄에는 더욱 착해지고 맑아져야지 생각하니 그 또한 설렌다. 좋다.

2010년 1월 30일
명상의 집 : 대화 합장 (daehwa@dongsasub.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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