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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섭에서 사용하는 촌철(격언) 가운데 이런 것이 있습니다. 속마음 알아주는 것이 실존적 사랑이다. 속마음 알아주기의 중요성과 그것이 쉽지 않음을 동시에 드러내는 경구라고 할 만합니다.
근무를 마치고 조금은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선 남편에게 아내가 말을 합니다.
“여보, 오늘 하루 종일 머리가 아파 죽을 것 같았어요.”
이때 남편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갑 : 아니, 병원에 가 봐야지. 아니면 약국에 가보든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프다는 말을 들어서 불편하다는 기색이 완연한 경우)
을 : 머리가 아팠어요? (머리를 만지고 열이 있는지를 살피면서) 얼마나 힘들었어요? 오늘 저녁은 내가 지을 테니 쉬도록 하세요.
병 : 을의 대응과 같은데 거기에 이런 말과 행동이 뒤따르는 경우. 빨리 병원에 가 봅시다. 작은 병이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안 되지. (아내를 데리고 금시라도 병원에 데리고 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임)
세상에 사는 대부분의 남편은 갑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남편 생각에 아픈 것을 해결하는 것은 병원보다 나은 곳이 없기 때문에 가장 최선의 해결책에 관심을 두는 경우입니다. 이것이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세상에 모든 아내는 남편의 태도에 섭섭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병원 가면 낫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내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는가를 남편이 알아주고, 그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을의 유형은 되어야 하고, 바람직하다면 병 유형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비단 부부 사이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컨대 부자지간, 모녀지간, 형제지간, 자매지간, 사랑하는 남녀의 사이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내 속마음을 알아달라는 외침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을 눈치 채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도통이라고 할 만한 중대한 깨우침인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은 세 살 먹은 아이도 다 아는 일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 말을 하는 배경이 어떤 심경인가(속마음)를 알아주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동사섭에서는 교류공식을 마련해 놓고 있고, 특히 받기 3박자라고 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청-공감-+알파가 그것인데,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듣겠다는 마음과 그 말의 바탕이 되는 속마음 알아주기, 축복, 위로, 기원 따위의 말로 어루만지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글. 현공님 (andykj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