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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섭 일반과정에서 교류공식(나눔공식)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관심의 지평 위에 감지 표현하고 공감 반응한다.’는 구호를 손동작과 함께 외쳐 보도록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상대편(화자)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교류가 온전히 이루어진다는 점을 깨닫게 하려고 그리 합니다. 심지어 교류를 할 때 화자가 우주의 중심인 것처럼 온전히 몰두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얼마나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가를 여러 표현을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상대편이 말을 할 때 자기 생각하기 바빠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저 말 다음에 이렇게 말해야지 하든지, 저 말은 틀렸는데 하면서 평가를 하고 있든지, 관심을 자기에게만 기울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 경우 경청이 제대로 되어 있지를 못하다고 하면서 이를 경계하기 위해 받기 3박자라는 것을 만들어 실습하도록 하고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계가 여간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제대로 듣지 못하고 엉뚱한 말을 하면 이를 ‘사오정 받기’라고 하면서 아프게 깨닫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경청의 단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인 공감은 아예 기대도 할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마음 속 깊이 들어가 그 마음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공감한다는 것은, 다른 이의 말을 받아줄 때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이것이 되지 못하면 두 사람 사이의 화합은 천리만리 남의 나라 일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이때에 필요한 덕목이 바로 배려입니다. 그런데 배려라는 것은 힘이 있는 자가 약자를 상대할 때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배려의 마음은 힘의 우열과 관계없이 상대방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일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면 무엇보다 상대방 마음이 어떨까 상상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만 합니다. 이 마음이 우선된다는 점에서는 강자의 마음가짐이라고도 할 만합니다.
“지금 몇 시예요?” 질문을 받은 선생님이 “응, 다섯 시야.” 하는 것은 단순한 질문과 대답일 때야 허용되는 대답이지만, 바쁜 일이 있어서 빨리 끝내 주기를 바라는 학생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는 선생의 경우는 참으로 답답한 대답일 수 있습니다.
“오, 뭔가 바쁜 일이 있어서 얼른 마쳤으면 하는구나. 3분 이내로 끝낼게, 조금만 기다리렴.” 이런 대응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이라면 상상력이 제대로 발휘된 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우리 동사섭에서는 ‘사자와 멍멍개’라는 촌철이 있습니다. 멍멍개는 먹잇감을 던지면 그것을 향해 달려가지만, 사자는 먹잇감을 던지는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길어서 답답하다고 여기는 학생의 마음을 살피지 못한 채 메시지에만 매달린 선생님은 앞의 대답을 했을 것이고, 학생의 속마음을 살핀 선생님은 뒤의 대답을 했을 것입니다. 마치 먹잇감을 던진 사람을 향하는 사자처럼 말입니다.
우리 동사섭 가족 모두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말하는 이의 밑마음까지 온전히 살필 수 있는 마음 나누기 고수가 되셨으면 하고 이 글을 썼습니다.
글. 현공님 (andykj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