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에서의 밤은 길지도 짧지도 않을 즈음 아침이 밝았습니다. 우린 모두 물을 애타게 찾았지만 목마름은 복숭아로 대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품목에 모두 약한 사람들이여서 바질페스토, 가지, 아몬드, 치즈, 보르도와인, 전주 막걸리까지 있었지만 목마름은 간신히 남아 있던 복숭아로 달랠 수 밖에 없었답니다.
떠나면서 마셨던 게토레이 한 목음이 어찌나 달게 느껴지던지요… !
물에 대한 감사를 새삼 하게 되었던 아침이였습니다.
아직 술이 덜 깬 상태로 모두 사이다 액션에 들어갈 그림에 도전을 하고 있었지요. 취화선 같은 분위기였어요. 다들 아이가 된듯한 그런 느낌! 손화백에게 발탁될지 여부는 모호했지만 재미와 열정으로 모두 도전했다는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후 몽롱한 아침 산책을 했습니다.
나와보니 참으로 공기 맑은 곳이더라구요. 밤새 더욱 돈돈해진 우리들은 받기 3박자와 교류사덕의 정신을 가지고 서로가 서로의 고요한 배경이 되어주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여도 평온한 그런 상태라고 해야할까요? 다만 모두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국물이 필요하다는 것이였습니다. 폭풍 검색 후 이곳 전주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대학생 그러나 곧 군대에 입대해야 하는 사명을 띈 지니님이 왱이집 콩나물국밥을 찾아냈습니다.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지요. 우리들은 짐을 다 싸고는 바로 전주의 명물 콩나물 국밥집으로 향했습니다. 주차장부터 포스가 남다르더군요. 엄청 오래된 곳이라는 것과 엄청 맛집일 것이라는 느낌은 건물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도 느껴졌습니다. 먹느라고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사진이 별로 없네요. 아무튼 시장이 반찬이라고 갈증나는 숙취에 콩나물국밥은 감로수와도 같았습니다. 힐링되는 맛에 감사하며 우리들은 산책을 하기로 했지요.
전주까지 왔는데 한옥마을을 들려야한다면서 모두 자연스럽게 산책코스로 접어들었습니다. 서로가 생각했던 한옥마을의 느낌은 아니였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들 나누면서 아직 더운 여름을 실감하는 코스였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는 우물이 있었는데 우린 그 위에서 아찔한 시원함을 느끼면서 밀크빙수와 베리베리 빙수를 맛보았습니다. 참 맛났습니다. 전주는 왜 이렇게 맛난게 많은건지 다이어트는 또다시 내일로 미루고 먹방 삼매에 들어갔습니다.
행복한 나들이는 한옥마을에서 전동성당으로 이어지고 잠시지만 이번에 오셨던 교황님도 잠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경건함이나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보다는 여기저기서 불쑥 불쑥 올라가는 셀카봉 때문에 뭔가 정신이 혼란스러웠습니다. 나중에 자두님이 교재삼기로 ‘셀카를 찍는 것에 대한 생각과 셀카봉’을 말씀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두님은 그렇게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생각으로 이끌어 주는 마력이 있으십니다. 감사해요 자두님!
성당을 뒤로하고 우리들은 남부시장에 있는 청년몰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엽서를 실상님께서 우리들에게 선물해 주셨답니다. 엽서에서 씨앗이 자라나요 정말 신기한 일이고 섬세한 일이죠. 전 하트가 그려진 엽서를 골라주셨는데 참 마음에 들어요. 잘 키워보아야겠습니다. 제 삶에도 사랑이 꽃피어 나도록 말이지요.
주전자 명상을 떠올리게 하는 주전자들도 만나고 청년몰의 뜻이 서려있는 담벼락 ‘만지면 사야 합니다’도 만나고 이런 저런 볼거리들을 뒤로한채 우리들은 풍년제과에 들려서 피엔비 명물 초코파이를 입에 물고 차에 올랐습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던 1박 2일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돌아오는 길 우리들은 워크샵에 대한 느낌을 나누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의미였는지 그리고 행복마을동사섭에서 함께 했다는 건 어떠한 의미인지를 다시금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되었습니다.
수심장 화합장이 끝나고 그렇지만 그저 감사하고 행복한 느낌만이 오롯하게 남아 있네요.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따지고 보면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그 의미를 100% 평온하고 순수한 우리들의 멜랑콜리 워크샵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또 어디서 다시 만날지 떠올려 보았습니다.
군대에서도 씩씩하고 사랑받으면서 군복무 잘 마치고 나오길 바래요 지니님!
새로운 인생의 시작 바람불고 물이 맑은 제주에서 돌처럼 굳건하게 하지만 섬세한 그 감성을 살려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멋진 작품 탄생시켜주기 바래요 가칭 행복마을 제주지부장 꽃님님!
첫 프로젝트의 준비로 바쁜 하지만 너무나 듬직하고 겸손하여서 늘 의지하고 따르게 되는 초심님!
천재적 센스와 감각 그리고 여기저기서 묻어나는 사람냄새 나는 정성의 손길들 그대를 알게된 건 행운이예요 유리님!
이번 여행에서 운전하시느라 너무나 애쓴 우리들의 코스모스 허브!
우리 모두의 행복과 본성이 깨어나는 그날까지 힘내요 실상님!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토토로님!
큰스님과 우강님께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해서 진심으로 행복했고 또 행복했습니다.
행복마을동사섭의 가을이 기대됩니다.
우린 무엇을 추수하고 또 무엇을 놓아버릴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이 있어서 힘이 납니다.
아름답고도 평온한 귀신사 멜랑콜리 워크샵 이야기 <끝>
글.사진 Sasha (cieljs@gmail.com/http://www.facebook.com/lotusnc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