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모임인 돈망학당이 개설된 것은 지난 4 월입니다. 그러니 두 번째 모임인 이번달부터는 본격적인 공부터 구실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뿔사, 가족 행사가 많고 많은 5 월입니다. 게다가 부처님 오신날 행사까지 있었으니 스님들도 조금은 쉬셔야 합니다. 하는 수 없구나. 몇 명이 모이든 하는데까지 하자. 7기 지도자 과정을 하루 앞둔 5월 12일 아침, 이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행복마을로 향했습니다. 일곱 시간 걸려서 도착한 행복마을은 눈부신 마가렛 천지였고 그 빛으로 오월의 녹음은 더 한층 청결했습니다.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마음 속 한 쪽으론 그 아름다움이 아깝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 입니까? 학당이 시작되기 한 시간 30 분 전, 두 분 스님이 나타나신 것입니다! 보문스님(고향님), 성수스님(숲님)! 고향님은 돈망학당 카톡방에 <지장법회가 있어 가지 못하게 되어 참으로 아쉽습니다>하는 ‘사죄의 말씀’까지 남기셨는데 법회는 어찌하고 오셨는가,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고향님 말씀이 더 놀라웠습니다. 아무래도 돈망학당을 빠지면 안 되겠기에 신도님들 한분 한분께 일일이 전화를 하시어 법회날을 하루 당겨도 되겠는지 물으셨답니다. 그래서 법회를 온전히 마치고 이렇게 오실 수 있게 되셨다 하는 것입니다. 그 말씀에 돈망학당에 대한 스님의 사랑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져 참으로 감사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일지님은 “법회날을 그렇게 유연하게 옮기실 수 있으니 보문 스님, 정말 도인이시네” 하며 감탄하였습니다.
그런데 곧 이어 또 다른 도반이 깜짝 출현하였습니다. 금요일 수업이 늦게까지 있어서 토요일 오전마당에나 참석할 수 있다 하였던 능조님이 금요일 저녁 마당에 불쑥 출현한 것입니다. 수업은 어찌 하였나 물으니 그날 마침 체육회 날이라 살짝(!) 일찍 퇴근하고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느라 저녁밥도 못 먹은 능조님은 공양간에 가서 보문스님이 가져오신 기정떡 한 조각을 얼른 삼키고 왔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자비님, 보광님, 고향님, 숲님, 능조님 그리고 선혜 등 여섯 명이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여섯 명은 둥그렇게 둘러서서 서로에게 삼배를 올렸습니다. 우리들은 본래 부처이고 이미 부처이니 서로가 서로에게 삼배를 올리며 공경을 표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삼배를 올리는 이 시간, 돈망학당이 열리는 이 소리 없는 죽비 소리에 제 가슴은 감사와 감동 그리고 기쁨으로 떨려옵니다. 진정 축복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나 우리의 의식을 무한히 맑히고 무한히 열어가는 삶을 누린다는 이것 이상의 축복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첫째 마당은 지난 한달 동안의 수행 생활을 나누며 서로 배우고 자극받는 시간입니다. 정(正)자 표 쓰기 50 만 번(돈망 3 관을 한번 관행하고 작대기 하나를 긋는 식으로 정자표를 메꾸어 나갑니다)에 도전해가는 이야기, 한 달 동안 이리저리 출렁댄 이야기, 여전히 출렁대고 있지만 출렁대고 있구나를 알아채니 그것이 그렇게 괴롭지만은 않다는 이야기, 여러가지 일에 쫓겨 돈망명상 관행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고 있어서 학당 참석 시간이 더 보배롭다는 이야기 등등이 나누어 졌습니다. 공식 마당이 끝난 후에도 나눔이 이어져 온라인 모임만으론 불충분하였던 도반들 사이의 소통과 우정을 새록새록 쌓아갑니다.
토요일 첫째 마당입니다. 아침 일찍 예님과 지훈님 (지훈님은 집안 결혼식에 남편 산처럼님에게 아이들까지 딸려 보내고 자신은 행복마을에 온 것이랍니다)이 새로 합류하셨고 사무처 일로 바쁘신 일우 원장님도 참석하시고 원경 스님도 오셨습니다. 모두 열 명의 구성원이 모였습니다. 참석자가 적으리라 했던 서운함이 말끔히 사라지고 양장력도 빵빵하게 아침 마당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요 명상을 곁들인 돈망 3 관 관행이 몇 바퀴 돌았습니다. 각자의 거처에서 혼자서 할 때와는 다르게 그 에너지가 더 맑고 든든함이 느껴집니다. 더구나 오요 명상으로 대원을 확인한 후에 펼쳐지는 돈망명상은 그 깊이와 감동이 더해진다는 것이 참석자 공동의 소감입니다. 그렇습니다. 도반이 수행의 전부다 하신 부처님 맜음은 바로 그 힘을 지적하고 계신 것입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서로 나눈다는 것은 혼자 외롭게 지니고 있을 때는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나게 다른 힘을 발휘합니다.
함께 하는 힘은 석가모니 부처님께도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보리수 하에서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께서는 이 미묘한 법을 과연 누가 알아볼 수 있을꼬 하시면서 외로움을 느끼셨습니다. 그래서 그 분께서는 그 법을 알아들 수 있겠다고 여겨진 다섯 명의 옛 도반들을 찾아 260 Km나 떨어진 녹야원을 찾아가십니다. 당신이 깨달으신 법이 다른 이들에게도 이해되고 그것으로 구원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먼 길을 걸어가시는 것입니다. 마스다니 후미오의 부처님 전기에 나와 있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마당, 고급 과정의 교재로 쓰였던 돈망 단상을 함께 연찬하는 시간입니다. 서로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던지는 질문은 단상 한 귀절 한 귀절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와 통합적인 이해를 불러옵니다. 혼자서 공부할 때는 자신의 관점에만 머물게 되지만 여러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면 <모든 질문에 답할 있는 능력>이 길러지는 엄청난 공덕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온전한 지혜의 힘을 얻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 한뜻님이 출현하셨습니다. 서울에서 이른 시간에 출발하여 돈망학당이 끝나기 전에 도착하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점심 공양 후, 시간이 허락되는 도반들이 모여서 큰스님을 찾아가 차담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번 깜짝 출현이 있었으니 지산 스님께서 그 차담시간을 함께 하신 것입니다. 돈망 선방 식구들 중에는 지산 스님을 온라인으로만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니 반가운 만남이었습니다. 즐거운 만남과 오랫만에 듣는 큰스님의 말씀. 그야말로 생각하지도 못한 ‘짭짤한 수입’을 잡는 시간이었지요. 문도 <당하고> 드릴 <당하는> 시간을 누리는 행복, 이런 행복이야말로 스승을 모신 이들만이 맛보는 지복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부러우시지요? (죄송합니다. 자랑질이 심해서)
두번째 돈망학당이 다시 한 번 서로에게 올리는 삼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동사섭 부처님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