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행복마을에 왔다. 고백컨대 ‘룰루랄라~~’ 하면서 자가 운전하여 함양에 온 것은 내게 드문 일이다. 운전이 힘들고 운전 중 졸음이 심한 편이어서 늘 두려움을 옆구리에 끼고 나선 함양길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두려움에 많이 휩싸이지 않고 오히려 감사함이 솟구치는 기분으로 올 수 있었다. 입구에서 줄지어선 마가렛이 반갑게 온몸을 흔들었다.
이번 달 참가 인원은 단출했다. 월례정진은 딱 24시간 행복마을에 머무는 프로그램이다. ‘월례정진’이란 이름에서 다소 딱딱한 프로그램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하고 산소방처럼 숨을 크고 깊게 쉴 수 있는 시공간이다. 1박 2일, 아주 여유롭고 청정한 곳에서 영혼이 재충전되는 시간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최고의 산사요리를 매끼니마다 먹는 즐거움까지 함께 한다.
서로의 근황 나누기로부터 마음의 빗장풀기가 시작되어 내가 늘 기다리는 엔카운터, 그리고 수심명상산책 낭독과 간단한 발제 또는 용타스님 영상 강의 시청 등으로 일정이 진행된다. 그때그때 융통성 있게 진행하므로 시간이나 스케줄에 대한 강박관념 없이 마음이 여유롭다.
“모든 법은 행복 위한 도구다. 강을 건너면 배를 버려라.”
녹음방초(綠陰芳草) 우거진 5월 월례정진은 용타스님과 하는 차담으로 시작되었다.
다소 관념적일 수 있는 마음공부의 요체를 잘 짚어 주셨다.
1단계: 자신의 뜻(촛대)과 감정(불꽃)을 잘 감지하여 표현하는 것.
2단계: 상대의 속마음을 잘 감지하여 받아들이는 것.
3단계: 촛대와 불꽃 사이의 필터(주관적인 해석)의 작용을 잘 알아차리는 것
마음 공부에 대한 이러한 정리는 주어진 현실과 만나는 사람을 훨씬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리고 사람과 상황을 판단하는 자신의 필터에 대해 늘 유념할 수 있게 한다. 현실에 적극적이되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월례정진 여는 마당의 넓은 자락을 용타스님께서 펴 주시니 참가자 한 사람 한사람이 일당백(一當百)이 되어 산처럼 우뚝했다. 저녁밥을 성찬으로 먹고 엔카운터를 시작했다.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도통 자신이 없다는 행원심님으로부터, 아득한 세월 흐른 뒤여서 엔카운터에 입문하는 느낌이라는 구피님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 서툰 걸음이었는데도 또 하나의 잔치 마당처럼 흥겹고, 물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가슴 속에 하얗게 요동치는 파도의 환희를 맛보기도 했다.
서로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서는 엔카운터였다. 엔카운터를 하다보면 한겨울 깊은 산골짜기 시냇물 속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정체 모를 자신의 무게감이 일부분 깃털처럼 가벼워지기도 한다.
다만 엔카운터와 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현실에서 어떻게 엔카운터적 태도를 변함없이 견지하느냐?
이것이 관건이다. 좀 더 자주, 많이, 치열하게 연습하는 것이 실천률을 더 높이는 방법이겠지만 프라이버시 영역을 개방한다면 큰스님 법문처럼 녹취해서 복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이튿날인 일요일 오전에는 칭찬 샤워를 했다. 솔직히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했는데 월례정진 방의 온도가 확 올라간 느낌이었다. 구성원들의 표정이 훨씬 더 생기발랄해졌다. 단순한 입발림식 칭찬이 아니라 진심이 깃든 칭찬, 위로와 격려가 곁들여진 칭찬이기에 장(場)의 온도와 참가자들의 에너지를 높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내게 부족하다고 항상 여겨왔던 ‘푸근하다’는 덕담을 들어서 기분이 업(up) 되었다.
다음 달부터는 동사섭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는 사람들도 예비 동사섭 프로그램처럼 함께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5월의 찬란함에 걸맞는 행복마을의 월례정진이었다. 구피님이 ‘계란 후라이꽃’이라고 이름 붙인 마가렛 꽃처럼 우리는 동글동글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