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 만에 오신 OO님 등 반갑던 차에
내 나이 또래 OO님과 따님도 오셔서 분위기가 훨씬 UP 되었다.
바로 엔카운터를 시작했다.
보통 근황부터 나누고 두 번째 시간에 했는데
오늘은 엔카운터가 첫 시간이 되었다.
나는 엔카운터 시간을 기다리는 편이다.
내게 취약한 부분인 '말에 민감한 성격'을 고쳐 나가는데
이 연습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이다.
다른 사람이 말을 하면
상대방의 표현에 대해 있는 그대로 메아리처럼 공명해주는 '받기'를 먼저 한 다음에
자신의 현재 느낌을 사실+느낌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느낌에 깨어있는 것이 엔카운터의 주요 목표다.
오랫동안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던 사람은
자기 감정을 그때 그때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알아차렸을 때는 '아차' 한 발 늦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할 때
한 템포 늦게 자기 감정을 알게 되기 일쑤다.
상대방의 말을 들었을 때는 금방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생각할수록 바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속상하고 자신이 바보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듣는 것과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에 참가자 모두 지성껏 했다.
옆 길로 가지가 새도 모두가 넉넉하게 품어 주었다.
큰 바다로 흘러가는 강처럼 동사섭 엔카운터의 품은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것 같다.
전번에 뒤로 미루었던 '태국 아속 공동체' 답사 발표를 내가 요번 달에 하겠다고 했다.
처음 오신 OO님의 미국 대학원 과정 전공이 '전기분석 화학'이란 말을 듣고
참가 도반들이 그 전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다.
OO님이 먼저 발표했다.
"화학 원소들은 불안정할 때 다른 원소들과 적극적으로 결합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원소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사섭에서 배운 불교의 연기(緣起)와도 통하는 것 같아요."
학문도 깊이있게 추구하면 종교와 만나는 접점이 있다.
앳된 얼굴을 가진 과학도의 발표에서 그런 접점에 대해 들으니 눈이 반짝 떠졌다.
젠체
난체
든체
하지 않는
그녀의 꾸밈없는 발표 태도에서도 감화를 받았다.
미리 준비하지도 않은 자기 전공에 대한 설명을
어른들의 요청에 의해 즉석에서 주저없이 오케이하는 스스럼없는 태도도 신선했다.
"어느 날 동료 대학원생의 책상이 사라지는 걸 봤어요.
'당신은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나가는 문은 저쪽입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대학원생들에게 교수님들이 그렇게 말해요.
그리고 책상을 들어내 버립니다. 쫓아내는 거죠.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도 쫓겨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엄마 얼굴 볼 생각을 하면 죽을 것 같은 거예요.
공포감이 몰려 왔지요.
두려움의 홍수 속에서 일우님이 하신 말씀을 끊임없이 마음 속에 되새겼어요.
'대의(大義)를 위해 일을 하면 그 일은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하신 말씀요."
서른도 채 되지 않은 젊은 아가씨의 말이 심금을 울렸다.
'낯선 이녘의 땅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녀온지 넉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태국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점도 내게 유의미한 일이었던 것 같다.
슬슬 내년 태국 여행 계획도 세워야 하니......
다음 날 아침 공양 포식을 하고 나서
'자기 인생의 찬란했던 순간......'에 대한 발표 시간을 가졌다.
"옛다 모르겠다. 다 던져버렸어요.
내가 심사위원을 심사하는 마음가짐으로 그려보자.
베짱으로 나갔지요.
그리고 싶은대로 막 그렸어요.
거침없이 좌악 좌악 그었지요.
그니까 연락이 왔어요.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국전에 대상이라고요."
oo님의 찬란했던 순간은 정말 영화의 한 대목처럼 찬란했다.
"원치 않던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후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을 정도였는데요.
취직해서 돈 벌어 내 힘으로 대학 간 후에도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하루도 마음 편히 쉬어 본 적이 없다 보니...
그렇게 살다 보니 얼굴 표정이 딱딱해진 거예요.
사람들에게 인상이 차갑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소 연습을 시작했지요.
가만히 있어도 웃는 얼굴이 되고 싶었어요.
웃는 연습을 할 때 기준이 된 미소 중의 하나가
우리 큰 애 태어났을 때 첫 미소였어요.
'소웃음'이라고 하나요?
태어난지 한 달 남짓 되었을 때 자다가 씨익 웃더라구요.
'천사의 미소가 바로 저런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었지요.
미소 연습을 할 때마다 큰 아이의 배냇 웃음을 떠올리곤 했어요."
"이대로 계속 시집살이 하다가 죽지 싶더라구요.
'미쳤냐?'는 소리를 들으며 친구와 둘이 인도 여행을 떠났어요. 약 한 달간......
말도 안 통하지. 날씨는 덥지, 고생을 줄줄 했지요.
근데도 그 해방감이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그간 고된 시집살이가 충분히 보상이 되더라구요.
가슴 속에 얹혀 있던 무언가가 녹아 내리는 것 같았어요......."
'표현이 활로(活路)다.'는 말이 맞다.
자기 말을 할 때도
다른 이의 말을 들을 때도
가슴이 '뻥' 뚫린다.
시원하게 뚫린 가슴은 길이 된다.
갑자기 천리안(千里眼)이라도 된 것처럼
시야도 넓게 열린다.
출처 : 푸른산님 블로그 https://blog.naver.com/purunsan0207/221038903987 사진 추가 : 보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