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움이다. 도시 건물 옥상에 이런 텃밭을 만들 수 있다니. 경이로웠다. 공간이 길쭉한 직사각형이었지만 중앙 통로를 따라 양 옆으로 오이, 가지, 토마토 등 채소는 물론이고 코스모스, 연꽃 등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연꽃은 어젯밤에 움을 틔웠다는 후일담을 듣고 이 행사를 위해 꽃을 피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안쪽으로 토토로님이 제작한 탁자를 놓아 주방을 만들고 그 앞쪽으로 길게 탁자를 놓아 20여 분의 예술가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식탁보를 깔고 아래쪽에는 센터에서 가져온 방석을 깔았다. 조금 불편한 듯 보여도 오밀조밀 정다움은 더 우러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둥그런 좌대가 갖춰져 나중 요긴하게 쓰이겠다 싶었다.
[텃밭의 육미]라는 부재가 붙은 모임이다. 여섯 가지 맛이라는 ‘육미’가 오늘 모임을 더 풍성하게 느끼게 했다. 예술가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그들이 어떻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5대 원리를 질문하고 답하는 자리였다. 물론 정체, 대원, 수심, 화합, 작선에 따라
1. ( )한 나 2. 무엇을 위해 살고 계시나요? 3. 마음관리를 잘하고 계신가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4.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고 계신가요? 5. 어떤 마음으로 역할(일)을 하시나요? 로 풀어서 물었다. 그들은 동사섭을 알기도 했지만 대개는 모르는 분들이었기 때문이다.질문에 대한 그들의 답은 시사하는 바 컸다. 나름대로 5대 원리를 이해하고 열심히 자기를 들여다보며 살고 있다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육미’, 달콤 쌉싸름한 맛(텃밭 범벅), 신맛(노각 냉국수), 쓴맛(여주 튀김), 짠맛(보라 통감자 찜), 인생의 살 맛(도시 농부의 모든 채소들), 매운 맛(차가운 텃밭 진저에일-티타임)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음식은 순서와 상관없이 제공되었다.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한 음식이 없었고 섬세한 손길을 더해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요리였다.
토토로님이 빔을 켜고 PPT자료를 넘겨가면서 한뜻님이 5대 원리를 소개했다. 이 자리가 있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애머런스님도 소개했고 5대 원리를 소개하는 내내 많은 예술가들은 자리를 비우지 않고 경청했다. 정체, 대원, 수심, 화합, 작선으로 자료가 넘겨질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들이 답한 내용이 충분했나를 생각하며 듣는 느낌이었다. 그 중 몇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남룡 사진작가님께서는 지금은 사진에 집중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본 시간이었다 말씀해 주셨고 가수인 김반장님께서는 값하고 사는가에 대한 말씀을 거침없이 해서 우리의 느슨한 마음을 다잡게 해주셨다. 해가 져서 PPT화면은 더 밝게 빛났다. 이 모든 것이 [홍대옥상텃밭다리]를 열심히 가꿔주신 박정자님과 그 동호회 회원님들의 덕이다. 정해진 시각이 9시였다. 우리는 그 시각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후일담을 나눴다.
동사섭 서울 센터에서 허브를 넣어 만든 얼음덩이로 만든 차는 끝까지 시원하면서도 화한 맛을 유지해서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잡아 끝까지 예술가들에게 시원함을 드렸고 율리아님께서는 정성스럽게 떡을 디자인해서 디저트로 함께 해서 그 우아함을 더했다. 그리고 돌아가시는 예술가 분들게 센터에서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간 우리가 만든 소식지와 커뮤니케이션 우디에서 가져오신 리얼바와 도시농부 밈에서 준비한 가공음식 파프리카 잼과 병절임 등을 곁들여 풍성한 느낌이었다.
처음 준비한 [행복 테이블]이어서 긴장도 많이 했고 실수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다들 환하게 웃으며 행사를 즐겨주셨고 우리도 그만큼 행복을 나눌 수 있었다. 베풂이 주는 행복감. [홍대옥상텃밭다리]가 있어 가능했고 MIM이 제공해준 그곳의 풍광이 지금도 행복감을 갖게 해준다. 도심에서 하는 텃밭 활동이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삶의 5대 원리]와 잘 어우러진 첫 번째 [행복 테이블]이 고맙다. 행사를 마치고 나니 세상에 작선한 듯 행복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