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존재한다! 말은 쉽게 들릴지 모르나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은 대체로 그냥 존재하지 못합니다. 밥을 먹으려면 그냥 밥만 먹어야 할 텐데 밥을 먹으면서 이것저것 잡다한 것들을 생각합니다. 독서를 하려면 그냥 독서만 하면 되는데, 수 없는 관념의 해찰을 부리면서 읽습니다.
그냥, 그냥, 그냥! 중요한 일입니다. 그냥 존재하려면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합니다. 그냥 단순히 깨어 있는 것뿐입니다. 이미 존재 영역을 떠나 무수한 가치 영역으로 추방당해버린 사람들, 문화 문명들의 위기입니다. 위기라는 이름의 상황 중 가장 비참한 위기는 바로 존재를 망각하고 가치의 늪에 빠져 들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 그냥 존재해 봅시다. 그냥 깨어만 있어 봅시다.
용타큰스님 [10분 해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