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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컬럼

NO1작성일 : 2015-11-12 오후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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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내 삶의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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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관객>

가을이 무르 익었습니다.

중년을 넘기고 은퇴를 한 두 남자가 함께 만났습니다. 강변에 앉아 막걸리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는 신경숙님의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라는 소설을 읽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깎아 내리지 않을 사람"이란 말에 한참 마음이 머물렀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 한 두 명 만이라도 곁에 있다면 그는 진정 성공한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나: 네 이야기를 들으니 계절의 가을과 더불어 인생의 가을이 온몸으로 느껴지는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깍아 내리지 않을 사람"이란 말에 머물렀던 네 맘이 더욱 절절히 공감된다. 그리고 누군가 내 편에 서서 전적으로 날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그런 사람이 있었는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게 된다.

친구: 넌 그런 사람이 있었냐?

나: 돌이켜 보니 그런 사람들이 없었던 건 아닌 것 같다. 한참을 잊고 살았으나 참 고맙게도 거의 무조건적으로 내 편에서 서서 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까닭 없이 날 이뻐하고 사랑해 주었던 사람들도 있었지... 그런데 내가 관심이 없을 땐 그 사람들의 호의를 그냥 무심하게 대했던 거 같아... 많이 후회가 되네. 슬프게도 말이지.

친구: 맞아, 사랑도 내가 원하는 사람으로부터 받고 싶어 하지 않냐?

나: 그렇지 그래서 사랑은 늘 부족한 건 가봐.

친구: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는 어리석음이야... 별 이유 없이 날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 비하면 그건 진정 감사할 일인데... ‘있을 때 잘하라’라는 말이 떠오르는구나.

나: 신기한 것은 대게 사랑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첫 느낌이라는 것이 내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상관없이 자기 나름대로의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친구: 어릴 때 특히 그랬던 거 같다. 사랑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그렇게 시작되는 거 같아.

나: 그렇지, 뚜렷한 이유 없이 친해져서 서로 '말이 통한다'는 느낌이 들게 되고, 서로를 진심으로 위했던 친구 혹은 연인이 있었다. 그런데 올 때처럼 갈 때도 그의 취향이 바뀌었거나,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었을 뿐이라고 만 생각하고 그 관계가 깨지게 만든 나의 잘못을 돌이켜 보지 못했지... 시작은 우연일지라도 관계를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친구: 당연하지. 하지만 내가 사는 모습, 행동, 삶에 대한 태도, 이런 것들을 진정으로 이해해서, 나를 격려하고, 내편이 되어 줄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깍아 내리지 않는 사람"을 갖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런 사람이 있었는가? 라고 물어보면 글쎄,.. 선뜻 답을 내리기가 망설여진다.

나: 나를 온전히 알고 이해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나도 날 잘 모르는데...

친구: 그런 사람은 자기 자신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런 것 모두를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들여다보고 반추해볼 수 있는 오직 한 사람, 자기 자신! 그러니 남으로부터 이해 받기를 기대하기보다 자신으로부터 진정한 지지와 위로를 받아야 할 것 같다.

나: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이란 자기 소설을 감동 있게 써가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분명한 주제가 있는 자기 삶의 이야기를 써가며 자신에게 찡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사람. 진정 자기 자신으로부터 '깍아 내림'을 당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부터 지지와 용기를 충전 받으며 사는 사람.

친구: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깍아 내리지 않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으니까 자기 변명하는 거 아닐까?

나: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타인과의 관계는 일단 숙제로 남겨두더라도 자신의 삶을 자신의 눈으로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거 같다. 인생의 성공을 관계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 또, 결과적으로 성공한 사람 곁엔 늘 사람이 있게 마련이니까. ㅎ~~

돌아오면서 혼자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이란 무대의 주인공은 ‘나’다. 그리고 그의 연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봐줄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 밖에 없다. 인생이란 자신이 주인공이자 유일한 관객이 되는 주객일치의 연극이다. 진정한 관객이 될 수 없는 누군가의 지지와 이해에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삶의 시나리오는 누가 쓰는지 모른다. 나는 찾아오는 삶의 우여곡절을 수용하며 신명나게 감동 넘치는 연기를 할 뿐이다.

글. 정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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