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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2014.8.20.)에 의하면 대한민국 미혼 남녀는 결혼상대를 만날 때 1순위는 '성격', 2순위는 '가치관'에 둔다 한다. 얼마나 고무적인 일인가. 경제력과 학벌과 외모가 후순위로 밀려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사실 요즘 젊은이들은 경제력과 외모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거라 믿었는데 의외의 결과에 놀랐던 것이다. 물론 설문조사 대상은 결혼을 앞둔 미혼남녀였을 테니 일반 젊은이와는 그 관점이 달랐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어찌되었든 경제력과 외모를 제치고 성격과 가치관이 결혼 대상자를 만나는 데 최우선 조건이라 생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소 짓게 한다.
그러면 성격과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우선 타고 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유전이 성격과 가치관 전체를 운명 짓지는 못할 것이다. 성장 환경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그것뿐인가. 유전, 성장 환경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곧 주체적 노력이다. 유전이야 타고난 것이기에 두말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겠으나 성장 환경은 약간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조건이다. 맹모삼천지교가 시사하는 바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적 노력’이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느냐, 부정적으로 인식하느냐. 전자는 삶의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경우이겠고 후자는 삶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인지하고 의지를 갖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칭찬’에서 비롯한다. 칭찬의 힘이야말로 위대한 것이다.
나는 한때, 칭찬을 회의적으로 생각한 적이 있다.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조차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말에 저항했던 것이다. 어떻게 잘못한 학생을 꾸짖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이 그때까지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판단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가치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이 그릇된 판단으로 자기주장을 하여 사건을 일으켰을 때 꾸중할 것이 아니라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간 우리는 부모라는 권위, 교사라는 권위, 어른이라는 권위로 젊은이를 윽박지르려만 했다. 그 상황에서조차 칭찬거리라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누군가 아무리 잘못했을지라도 칭찬거리를 찾아 머리를 쓰다듬고 그리 큰 잘못이 아니며 더 심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격려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을 한 것이다.
얼마 전 수업시간에 칭찬샤워를 한 적이 있다. 매 시간 자는 학생이었다. 가끔은 수업태도 불량으로 지적 받곤 했던 학생이다. 그러나 그날은 교과서를 펴고 수업에 참여하려는 태도를 보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네 자세가 학생답구나. 멋지다. 너의 환한 얼굴을 봐서 나는 기쁘기 그지없다. 조금 과장한 면이 없지 않았으나 학생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순간 나는 그 반 학생들에게 돌아가면서 그 학생을 칭찬해 보자 제의했다. 칭찬샤워를 하자는 것이었다. 대개는 착하다, 잘 생겼다, 멋지다 등 피상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몇몇 학생은 매우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급식시간에 친구들을 배려하는 멋진 학생이다. 체육시간에 힘들어 하는 친구를 도와줬다. 물론 친한 학생이므로 가까이에서 살핀 결과이리라. 그러나 몇몇 학생은 끝내 칭찬을 하지 않기도 했다. 그 학생에 대한 느낌이라도 말해 보라 했지만 그조차도 거부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같은 반 학생임에도 평소 관심을 갖지 않아 말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적적인 일은 칭찬을 받은 학생에게서 일어났다. 평소 지각하기 일쑤요, 집에서도 부모님께 꾸지람 받기 일쑤였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던 그 학생의 반응은 가히 놀라웠다. 30여 명의 학급 학생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그 느낌을 말해 보라 했더니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우선 얼굴 표정이 밝았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아직까지 받아 본 적 없는 칭찬이라 확 와 닿지 않는다 했지만 ‘기분 좋다’, ‘행복하다’, ‘공중에 붕 뜬 느낌이다’ 표현했다.
아마도 그 학생은 그날 이후 다소의 변화가 생겼으리라. 이후로 더 많은 칭찬을 받는다면 자신감과 자존감 회복은 물론, 삶에 대한 태도 또한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라 예견할 수 있었다. 물론 한두 번으로 좋아지기 어려울 테지만 지속적으로 칭찬 받는다면 그 학생의 성격과 가치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믿는다. 꾸중을 듣고 자란 사람은 자아 정체감이나 자존감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반항심을 키우게 될 지도 모르나 칭찬을 받고 성장한 사람은 긍정적인 사고를 키워 건강한 사회생활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칭찬 받고 성장하게 되면 누구든 탄탄한 인성을 키우게 될 것이고 탄탄한 인성이 갖춰지면 극한 상황에서도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추게 되리라. 청소년기에 이유없이 찾아오는 자아 정체감의 혼돈이거나 학업 및 직업 선택에서 오는 강박으로부터도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칭찬은 주변 사람들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갖게 만드는 근간이다. 살면서 부모와 교사들이 할 일은 자녀를, 학생을 꾸준히 칭찬하는 일뿐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할 일이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것이라면, 교사가 학생에게 할 일이 교육이라면 그것은 칭찬일 뿐인 것이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격을 형성하고 제대로 된 가치관을 갖게 하는 지름길이 칭찬이기 때문이다. 매일 주위로부터 칭찬 샤워를 받고 성장한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끝>
글. 한뜻님